![]() 내 농장의 무는 옆집 것에 비해 작았다. 배추 속도 부실해 보였다. 하지만 서운하지도, 안타깝지도 않았다. ‘농부철학자’ 천규석 선생은 말했다. “땅은 솔직하다”고. 땅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사는 것인지 가르쳐 주고, 농사는 세상의 이치를 담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 땀 흘린 만큼 거두는 게 옳은 일이다. 갖은 핑계로 밭을 자주 찾지 않은 내가, 내 무가 작다고 속 상할 일 없다. 정상적으로만 돌아가는 세상이라면, 그게 정의이고 진실 아닌가. 밭주인 할아버지가 이 농장, 저 농장 사이를 누비다 한마디 던진다. “직불금인지 뭔지 챙겨 먹은 넘들, 참 나쁜 넘들이지 않아요. 그 인간들은 땀 한번 안 흘려봤을 걸.” 등산복을 입은 50대 아저씨가 배추를 뽑다 말고 “백프로 맞는 말씀”이라며 장단을 맞춘다. “아니죠. 땀은 많이 흘려요. 헬스클럽, 사우나에서. 저기에서…”라며 다른 40대 아저씨가 씩 웃는다. 할아버지는 이 사람 저 사람 일손을 거들며 정상적이지 않은 세상을 한탄한다. 끝이 없다. ‘직불금 파문’은 이미 농산물값 폭락으로 성난 농민들의 가슴에 또 한번 못을 박았다. 농부들은 한해동안 땀으로 키운 농작물을 그냥 갈아 엎었다. 1년을 일한 대가, 연봉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일부는 “농업을 살려달라”며 군청, 시청 앞에 나락을 쌓았다. 논밭을 갈아 엎어도 쳐다보질 않는 세상, 극단으로 몰린 농민들은 결국 25일 상경 시위를 예정하고 있다. 상경한 이들의 숫자보다 수만배나 많은, 상경하지 않는 사람들은 논밭에서 소리도 내지않고 그저 흐느낄 것이다. 둘러보면 농부만이 아니다. 울먹임은 곳곳에서 들린다.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이란 이름의 수도권 규제완화로 비수도권 지역이 들썩인다. 자치단체장들은 연일 정부를 성토하고, 시민·사회단체들은 지역 경계를 넘어 하나로 연대하며 힘을 모으고 있다. 껍데기만 남은 종합부동산세로 도시의 보통사람들, 집 한채 장만하려는 사람들도 가슴에 구멍이 뚫렸다. 종부세로 살림살이를 꾸려가던 지방자치단체들도 마찬가지다. 이제 재정자립도가 낮은 소외지역의 사회복...[전체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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